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의 풍경, 마음 그리고 기억
홍상수 감독의 데뷔작 ‘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’은 네 인물의 흔들리는 감정을 통해 도시 서울의 공기를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이다. 1990년대, 지금처럼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던 그 시절의 서울. 그곳은 어쩌면 지금보다 더 복잡하고, 더 외로웠을지 모른다. 이 영화는 시간의 겹을 따라 흐르며,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공허함과 불안을 도시의 풍경 안에 고스란히 녹여낸다. 회색빛 도시, 정지된 감정의 풍경1990년대 서울은 그리 밝지 않았다. 고층 빌딩이 늘어서기 전, 재개발 전의 그 도시에는 수많은 골목이 있었고, 술집 간판 아래 희미한 형광등들이 밤을 지탱하던 시기였다. ‘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’은 그 공간들을 천천히 훑는다. 말 없는 커피숍, 적막한 거리, 담배 연기 자욱한 술집, 좁은 여관방.영화는 사건..
2025. 4. 11.